기여자 서약 3.0 행동 강령(Contributor Covenant 3.0 Code of Conduct) 한국어 번역 노트
12025년 7월에 발표된 기여자 서약(Contributor Covenant) 3.0 판본의 한국어 번역 작업을 이번에 진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고려한 사항들과 특히 몇몇 표현들에 대해서는 그와 같이 번역한 사유, 그리고 개인적 소감 등을 여기에 기록해 둔다.
기여자 서약 3.0 행동 강령(Contributor Covenant 3.0 Code of Conduct) 공식 한국어 번역 추가 PR: feat(i18n): add Korean translation for Contributor Covenant 3.0 (#1590)
기여자 서약
기여자 서약(Contributor Covenant)은 12014년에 코럴라인 에이다 엠키(Coraline Ada Ehmke)가 처음 작성하여 공개하였고, 12021년부터는 OES(Organization for Ethical Source)로 이관되어 그 기여자들에 의해 유지관리와 개선이 이뤄지고 있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디지털 커뮤니티 행동 강령이다. 커뮤니티들이 공유할 만한 암묵적인 가치들을 명시화하여 모두가 환영받고 안전할 수 있는 커뮤니티 문화를 조성하는 것을 그 목표로 한다.
과거 개발자 커뮤니티는 능력주의라는 미명 하에 거친 언행이나 차별적 발언 등이 방조되는 경우가 흔했으며, 기여자 서약은 개발자 커뮤니티가 자정 작용을 거쳐 다양한 사람들을 포용하고 상호 존중과 건설적인 피드백을 중시하는 인간 중심적 문화로 변화하는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였다. 오늘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리눅스, 애플, 마스토돈, 마이크로소프트, 워드프레스, IBM 등 전 세계 수십만 곳의 오픈소스 프로젝트가 이 서약을 채택하고 있다.
기여자 서약 3.0 판올림에서 달라진 점
OES에서 12024년에 기여자 서약 10주년을 기념하여 작업에 착수, 약 1년간의 작업을 거쳐 12025년 7월 공개한 3.0 판은 이전 판인 2.1 대비 다음과 같은 주요 변경점들이 있다.
- 참고 자료:
유연성의 확대
-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최적화되어 있던 기존 버전 대비, 소프트웨어 개발 이외에도 다양한 온/오프라인 커뮤니티에 적용 가능하도록 설계함
- e.g. ‘프로젝트 유지 관리자(Project Maintainers)’ 대신 보다 중립적이고 포괄적인 ‘커뮤니티 중재자(Community Moderators)’ 용어를 사용함
- 미국 중심적 관용구들을 삭제하고, 타 문화권 화자들도 보다 쉽게 이해하고 번역할 수 있는 명확한 표현들로 대체함
응보적 정의에서 회복적 정의로의 패러다임 전환
기여자 서약 3.0 판에서 이전 판 대비 가장 크게 바뀐 부분 중 하나는 응보적 정의(Retributive Justice)에서 회복적 정의(Restorative Justice)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이룬 것이다. 기존에 단계별 제재 집행 기준에 집중했던 집행 지침(enforcement guidelines) 문단을 피해 대응 및 교정(Addressing and Repairing Harm) 문단으로 재구성하였다.
- 일부 대응 단계의 명칭을 변경
- 기존의 대응(Consequence) 항목에 더하여 교정(Repair) 지침 항목을 추가로 기술, 일차적인 가해자 제재에 그치지 않고 이후 어떻게 당사자 간의 깨진 관계를 회복하고 갈등을 봉합하며, 잘못을 바로잡을 것인지에 대해서도 다루게 됨
- 제삼자에 의한 집행과 처벌만 강조하기보다, 가능하다면 자발적인 성찰과 화해, 개선을 유도하고 문제 발생 이후 커뮤니티를 다시 건강하게 만드는 방안을 고민하는 방향으로 성격이 변화함
보다 명확해진 지침
- 표준(Our Standards) 문단을 장려하는 행동(Encouraged Behaviors)과 제한하는 행동(Restricted Behaviors) 두 문단으로 명확히 분리, 가독성을 높임
- 특히 제한하는 행동(Restricted Behaviors) 문단에서는 어떤 악성 행위를 실제 실행에 옮기는 것 뿐만 아니라 실행하겠다고 위협하거나 조장하는 것 역시 명시적으로 제한하여 예방 능력을 강화함
We agree to restrict the following behaviors in our community. Instances, threats, and promotion of these behaviors are violations of this Code of Conduct.
- 또한 제한하는 행동(Restricted Behaviors)의 하위 문단으로 기타 제한 사항(Other Restrictions) 신설, 기존에 명시적인 제한 규정이 미비하던 신원 위장(Misleading identity)과 출처 미표기(Failing to credit sources), 홍보성 자료(Promotional materials), 무책임한 소통(Irresponsible communication)에 대한 제한 지침을 추가로 명시함
- 기여자 서약을 실제 채택하여 운용하던 커뮤니티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의 응답을 반영, 단계적 집행 기준(enforcement ladder)은 하나의 기준선일 뿐 커뮤니티 관리자의 재량권 행사를 제약하지 않음을 분명히 함
This enforcement ladder is intended as a guideline. It does not limit the ability of Community Managers to use their discretion and judgment, in keeping with the best interests of our community.
평등권 및 차별 금지 조문의 강화
첫 문단인 서약(Our Pledge)에서 다루는 평등권 및 차별 금지 조문을 보강, 일부 용어를 보다 포괄적인 표현으로 대체하고 몇몇 현대적인 다양성 가치들을 추가로 명시하는 등 보다 구체화하였다.
- ‘신체 크기(body size)’와 ‘개인적 외양(personal appearance) 두 표현을 보다 포괄적인 ‘신체적 특징(physical characteristics)’으로 대체함
- ‘종교(religion)’를 보다 포괄적인 ‘신념 또는 종교(philosophy or religion)’로 대체함
- ‘국적(nationality)’을 보다 포괄적인 ‘출신 국가 또는 사회적 배경(national or social origin)’으로 대체함
-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을 추가로 명시함
- ‘언어(language)’를 추가로 명시, 비영어권 화자들을 보다 배려함
- 성 평등 및 다양성과 관련하여 전반적인 문구 수정 적용
v2.1
sex characteristics, gender identity and expression, or sexual identity and orientationv3.0
sex or gender, gender identity or expression, sexual orientation
이번 한국어 번역 작업에서 고려한 사항들
공통 고려 사항
경어체의 사용
서약 및 행동 강령을 한국어로 작성할 때, 경어체와 평어체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는 지향점, 조직 문화, 그리고 전달하고자 하는 태도에 달려 있다. 과거에는 권위와 규율을 강조하는 평어체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수평적이고 존중하는 문화를 강조하기 위해 경어체로 작성하는 경우도 많다.
| 문체 | 경어체(~합니다, ~하겠습니다) | 평어체(~한다) |
|---|---|---|
| 어감 | 상호 존중, 자발적 약속, 권유 | 단호함, 법적 효력, 객관적 규정 |
| 조직 문화 | 유연하고 수평적인 문화 | 상대적으로 엄격한 문화 |
| 주요 적용 상황 | 행동 강령, 윤리 선언문 | 보안 서약서, 근로 계약서, 법적 징계 규정 |
| 심리적 효과 | ‘우리는 함께 지킨다’ (자발적 동의) | ‘지켜야 한다’ (구속의 성격을 보다 강조) |
과거에 있었던 논의 내용을 보면 과거 2.0판을 한국어로 옮길 때도 처음에 경어체를 고려하였다가 평어체로 재작성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에 있었던 논의와 그 결론을 존중하나, 그럼에도 이번에 재차 경어체로 번역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오늘날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문화는 기본적으로 구속, 엄격함, 강제성을 갖는 집행 등과는 다소 거리가 있고, 그보다는 상호 존중, 자발적 참여와 기여 등을 지향한다. 이번 기여자 서약 3.0에서는 특히나 그러한 철학을 전반적으로 강하게 반영하였다. 이번 판올림에서 원문이 전달하고자 한 핵심 가치와 철학, 그리고 커뮤니티 문화와 동향을 고려할 때 해당 글을 한국어로 옮길 때는 경어체가 적절하다고 판단하였다. 마찬가지로 경어체를 사용하는 한국 Rust 사용자 그룹과 파이콘 한국 행동 강령(PyCon KR CoC), 쿠버네티스 커뮤니티 한국어 행동 강령의 사례 역시 참고하였다.
불필요한 피동 표현의 지양
수동태를 자주 사용하는 영어와 달리, 한국어는 기본적으로 피동 표현보다 능동 표현을 선호하는 언어이다. 영어 원문에서 수동태를 사용했다 하여 이를 기계적으로 피동 표현으로 옮기면 번역한 티가 다소 나는 부자연스러운 글이 되며, 문법적으로도 부적절하다.
한국어에서도 피동 표현을 활용하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글의 의미를 왜곡하지 않는 선에서 가급적 원문에서는 수동태로 쓰인 표현이라도 한국어 번역문에서는 능동 표현으로 옮기고자 하였다.
e.g.
- “Encouraged Behaviors”: “장려되는 행동”(X), “장려하는 행동”(O)
- “enforcement actions are carried out in private”: “집행 조치는 비공개로 진행된다“(X), “집행 조치는 비공개로 진행한다“(O)
- “its own established enforcement process”: “자체적으로 확립된 집행 절차”(X), “자체적으로 확립한 집행 절차”(O)
- “the following enforcement ladder may be used”: “다음의 단계적 집행 기준이 사용될 수 있습니다”(X), “다음의 단계적 집행 기준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O)
- “are provided at”: “에서 제공됩니다“(X), “에서 제공합니다“(O)
사전적, 기계적 단어 번역보다는 해당 단어가 글 안에서 쓰인 맥락을 고려
영어와 한국어는 다소 거리가 먼 언어이기 때문에, 당연히 단어와 단어가 정확히 일대일로 대응하지 않는다. 사전적으로는 같은 의미라고 나와 있다고 하더라도 그러하다.
가령, 다음 부분에서의 “intimate”는 맥락상 “친밀한”이 아니라 “성적인”의 의미로 쓰였다.
Sexualization. Behaving in a way that would generally be considered inappropriately intimate in the context or purpose of the community.
또한, 다음 부분에서 “process”를 사전적으로 “처리할”이라고 번역하면 어색하다. 글의 맥락상 여기서의 “process”는 “추스를”이라 옮기는 것이 적절하다.
… give the community members involved time to process the incident.
(표준국어대사전 표제어 중)
추스르다「3」: 일이나 생각 따위를 수습하여 처리하다.
한편, 옮길 만한 고유어 표현이 마땅치 않은 외래어도 있다. 가령 “community”의 경우, 고유어로 옮기자면 “공동체” 정도로 옮길 수도 있겠으나 영어에서 “community”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과 한국어에서 “공동체”라는 단어가 갖는 어감에 제법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가급적이면 외래어를 고유어로 순화하여 적되, 이처럼 원문의 뜻이나 어감을 왜곡할 우려가 크다고 판단할 시 “커뮤니티”와 같이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사전적이고 기계적인 단어들의 단순 치환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원문의 뜻과 맥락에 가장 가까운 한국어 표현을 골라 번역하고자 하였다.
그 밖에 한국어의 어문 규범 준수
한글 맞춤법과 표준어 규정 등 한국어의 어문 규범을 가능한 정확히 준수하고자 노력하였다.
“서약(Our Pledge)” 문단
소제목
“Our Pledge”를 직역하면 “우리의 맹세”가 되겠으나, 기존 한국어 번역문에서 “서약”으로 옮긴 바 있고 글의 자연스러움을 고려하면 충분히 허용 범위라 판단하므로 이번에도 “서약”으로 유지하였다.
“caste” 용어의 번역
기존 2.1판의 한국어 번역문에서는 이를 그대로 “카스트 제도”라 번역하였다. 카스트(caste)라는 단어가 세계 각지의 정교하게 고착화된 신분 질서 제도를 칭하는 학술적 일반명사로서의 의미도 가지므로 꼭 오역이라고만 보긴 어렵지만, 이러한 자세한 배경 정보가 주어지지 않았을 시 일상에서 한국어로 “카스트 제도”라고 하면 대다수는 “마누 법전 등으로부터 유래한 인도 내 힌두교도 특유의 신분제”로 이해하기 때문에 원문의 맥락을 고려하여 “계급”으로 번역하였다. 여기서의 “caste”는 특정 국가(인도)나 종교(힌두교)로 국한하지 않고 모든 종류, 형태의 신분제와 그에 따른 계급을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이 타당하다.
“성별” 대신 “성” 표현 사용
We are committed to fostering an environment that respects and promotes the dignity, rights, and contributions of all individuals, regardless of … sex or gender, gender identity or expression, sexual orientation … or other status.
원문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와 맥락을 고려하면, 여기서 말하는 “sex”, “gender”, “sexual orientation” 등이 의미하는 것이 남녀 이분법에 따른 구별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남녀 이분법에 따른 구분의 의미를 은근히 내포하는 “성별” 대신 “성”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였고, 인문사회학적으로 sex, gender, sexuality 세 용어가 갖는 의미 차이를 가능한 살려서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
… 생물학적 또는 사회적 성, 성 정체성 또는 성 표현, 성적 지향…
“장려하는 행동(Encouraged Behaviors)” 및 “제한하는 행동(Restricted Behaviors)” 문단
콜론(:) 제거
With these considerations in mind, we agree to behave mindfully toward each other and act in ways that center our shared values, including:
- Respecting the purpose of our community, our activities, and our ways of gathering.
- Engaging kindly and honestly with others. …
영어 원문에서는 하나의 완결 문장 뒤에 예시 목록을 나열할 목적으로 위와 같이 콜론을 사용하는 용법이 흔하나, 현대 한국어의 어문 규범은 쌍점의 용법을 표제 다음에 해당 항목을 들거나 설명을 붙일 때 등 주로 개조식 표현으로 제한한다. 따라서 아예 개조식으로 작성한 글이라면 모를까, 다음과 같이 작성하는 것은 매우 어색하며 기계 번역이나 LLM을 이용해 대충 번역하였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개인적으로 2.1 판의 한국어 번역본에서도 많이 아쉬웠던 부분 중 하나이다.
이러한 점을 유념하며, 우리는 서로를 사려 깊게 대하고 우리가 공유하는 다음 가치를 중심으로 행동할 것에 동의합니다:
- 우리 공동체의 목적, 활동 및 모임 방식을 존중합니다.
- 친절하고 정직하게 다른 사람들과 소통합니다. …
따라서 한국어의 용법에 맞게, 콜론을 사용한 부분을 그대로 쌍점으로 옮겨 적는 대신 마침표(.)로 바꿔 적어서 자연스러운 글이 되도록 하였다.
“that would generally be considered inappropriately” 표현의 번역
여기서 “generally”를 “일반적으로”라고 직역하기보다는, 맥락상 보다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로 번역하였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적절하다고 간주할 만한…
“act on” 표현의 번역
처음에 “act on”을 단순히 “이용하다”로 번역할까 고민했으나, 맥락상 의도를 불문하고 타인의 신상 정보 또는 개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를 금한다는 내용에 가깝고 이를 “이용하다”로 번역하면 의미를 축소시키는 것 같아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
비밀 침해. 타인의 신상 관련 정보 또는 개인적인 정보를 당사자의 허락 없이 공유하거나, 그 정보를 바탕으로 행하는 모든 행위.
“문제 신고(Reporting an Issue)” 문단
- “this Code of Conduct reinforces encouraged behaviors and norms that …”: “본 행동 강령은 …는 권장 행동 방식과 규범을 증진합니다“로 번역
- “in a timely manner”: “적시에”로 번역
- “while prioritizing safety and confidentiality”: “안전과 비밀 유지를 우선시한다는 전제 하에”로 번역
- “In order to honor these values”: “이들 가치를 지키기 위해”로 번역
(Oxford Learner’s Dictionaries 표제어 중)
honor verb
keep promise 3. honor something (formal) to do what you have agreed or promised to do
“피해 대응 및 교정(Addressing and Repairing Harm)” 문단
- “Addressing”: “대응”으로 번역
- “Repairing”: “교정”으로 번역
Event:, Consequence:, Repair:의 번역
한국어로 옮기기가 애매해서 고민을 좀 했던 부분이다. “사건”, “결과”, “교정”로 직역하면 글이 상당히 어색해진다.
자연스러운 글이 되면서도 원문의 철학을 가능한 온전히 전달하기 위하여 고민한 끝에 다음과 같이 번역하였다.
- “Event”: “적용 상황”으로 번역.
- “Consequence”: “대응 조치”로 번역.
- “Repair”: 처음에는 “회복 조치”를 고려하였으나, “조치”라는 표현은 당사자의 자발적인 성찰과 개선보다는 타자가 개입하여 집행한다는 어감이 있어 원문의 취지에 어긋난다고 보고 기각. 최종적으로는 “교정 노력”으로 번역.
“seeking clarification on expectations” 표현의 번역
“expectations”는 “기대 사항”으로 직역할 수도 있고 이렇게 해도 의미는 통하지만, 좀 더 매끄러운 글을 위하여 “준수 사항”으로 번역하였다.
(Oxford Learner’s Dictionaries 표제어 중)
expectation noun
3. [countable, usually plural] a strong belief about the way something should happen or how somebody should behave
“seeking clarification”은 “해명(clarification) 요구(seeking)”로 번역할 수도 있지만, 맥락상 교정 노력(Repair) 항목에서는 문제를 일으킨 이가 취해야 할 바람직한 사후 행동과 태도를 기술하고 있으므로 clarification, seeking을 각각 해명, 요구로 번역하면 뜻이 이상해진다. 여기서는 스스로 반성하고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하여 준수 사항(expectations)을 명확히 확인하고 숙지하기(clarification) 위한 노력(seeking)으로 번역함이 가장 적절하다고 보았다.
(Oxford Learner’s Dictionaries 표제어 중)
seek verb
2. [transitive] to ask somebody for something; to try to obtain or achieve somethingclarification noun
[uncountable, countable] (formal)
the act or process of making something clearer or easier to understand
- I am seeking clarification of the regulations.
“cooldown” 표현의 번역
사전적으로 냉각, (본 운동 이후의) 정리 운동, 진정 등의 뜻이 있고 여기서는 맥락상 진정에 제일 가까운 의미로 사용하였다. “머리 좀 식혀라.”라고 할 때의 “식히다”의 뜻에 제일 가깝다.
다만 “time-limited cooldown period”를 “한시적 진정 기간”이라고 옮기면 좀 어색하여, 이번 한국어 번역에서는 “cooldown period”를 “자숙 기간”으로 번역하였다.
“time to process the incident” 표현의 번역
상술하였듯, “해당 일을 추스를 시간”으로 번역하였다.
“suspension” 및 “ban” 표현의 번역
기존 2.1판의 한국어 번역문에서는 “ban”을 “제재”라 번역하였는데, 제재라 함은 하위 단계인 경고, 일시적 활동 제한 등 위반 행위에 대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포괄하는 뜻이기에 의미하는 바가 불명확하다. 그리고 영단어 “ban”은 그 뜻이 정지하다, 금지하다 로 명백한 데다 “(계정 등의) 영구 정지”라는 표현은 한국어로도 일상적으로 자주 사용하는 자연스러운 표현이므로 딱히 이를 피해서 의역해야 할 이유도 없다고 본다.
“suspension” 역시 마찬가지로, 정직, 정학 등 “정지”라는 뜻이 분명하며 굳이 의역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Temporary Suspension”, “Permanent Ban”은 각각 “일시적 정지”, “영구 정지”로 번역하였다.
“This enforcement ladder is intended as a guideline.” 문장의 번역
“enforcement ladder” 표현은 “단계적 집행 기준”으로 번역하였다. 또한 이 문장은 상술한 단계적 집행 기준이 어디까지나 여러 가능한 선택지 중 하나로 제시하는 것일 뿐, 커뮤니티 관리자의 재량과 결정권을 보장한다는 맥락에서 쓰였으므로 관사 “a”를 “하나의”로 번역하였다. 이에 번역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작성하였다.
이 단계적 집행 기준은 하나의 기준선으로 마련한 것입니다. 이는 커뮤니티의 최선의 이익에 부합하는 커뮤니티 관리자의 재량권과 판단 권한을 제한하지 않습니다.
마치며
이러한 류의 공익적인 성격을 갖는 문서 및 프로젝트 중 상당수가 자원봉사자 및 기여자들에 의해 여러 언어로 번역 작업을 진행하곤 한다. 그러나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의 경우 기여자가 없어서 번역본이 존재하지 않거나, 존재하더라도 기계적으로 번역한 티가 나는 어색한 글인 나머지 한국인임에도 불구하고 ‘차라리 영문으로 읽고 말지’ 하며 영문 페이지로 전환한 경험을 적잖이 한 바 있다.
이번에 한국어 번역 기여를 결심하고 작업하면서, 기왕 기여하기로 했다면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한국인 저자가 처음부터 한국어로 쓴 글이라 해도 위화감이 없을 만한 수준의 양질의 번역문을 내놓고자 노력하였다. 원문이 담고자 했던 철학과 미묘한 맥락, 특히 기존 2.1판 대비 이번 3.0판에서 달라진 표현들이 무엇이 있으며 원 저자들이 어떠한 이유에서 그러한 선택을 하였을지를 이해하고 녹여내고자 고민하였다.
자연어의 특성상 번역이라는 게, 동일한 원문을 입력으로 받았다고 해서 무슨 함수처럼 동일한 출력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번역가마다 약간씩은 다른 번역을 내놓게 되며, 이것은 번역가의 실력도 실력이지만 본질적으로 하나의 정해진 정답이라는 게 없는 번역, 나아가 작문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최근 들어 나는 거의 대부분의 작업에 AI를 보조적으로 활용하고 있고, 심지어 지금 이 블로그의 포스트도 LLM API를 연결해서 여러 언어로 자동 번역 및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이 작업만큼은 정말 각 잡고 제대로 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번역을 하고자 하였다. 표현 하나하나를 직접 여러 차례 검토하고, 어떤 표현을 쓰는 것이 원문의 뜻을 가장 왜곡 없이 온전하게, 그러면서도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하며, 그 결과 내놓은 내 주관적인, 그러나 최선의 판단과 해석을 반영하였다. 너도나도 AI를 활용하는 지금, 적어도 지금 이런 서약, 행동 강령 같은 중요한 문서의 번역에 있어서는 AI한테 원문 그대로 던져주고 번역해 달라 지시한 결과물 대비 비교 우위가 있어야만 번역본으로서 가치를 갖는다고 믿는다. 적어도 12026년 3월 현 시점 기준, 기계 번역이나 LLM으로는 다 살리지 못하는 원문의 미묘한 어감과 맥락 등을 이번 번역본에서는 온전히 보존하였노라 자부한다.
12026년 3월 20일 현 시점 기준으로 기여자 서약 3.0 판은 영어 원문과 내가 이번에 제출할 이 한국어 번역본을 제외하면 오직 벵골어, 독일어, 대륙 중국어 단 3개 언어로만 번역 완료되어 있고, 열려 있는 PR 목록을 보면 번역본 초안이 PR로 제출되었으나 리뷰어가 없어 최종 승인되지 못하고 있는 상태의 언어들도 많다. 심지어 3.0판은 커녕 아직 1.4판에 머물러 있는 언어들도 상당히 많다. 어떠한 이유로든 이 글을 읽는 한국어 이외 언어의 화자가 있다면, 기여 방법이 별로 복잡하지 않으므로 주말 등 하루쯤 시간 내서 기여해 준다면 분명 OES와 해당 언어 사용자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나 역시 이런 번역 작업에 기여한 경험도, 행동 강령 전문을 정독해 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몇 시간 정도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는 충분했던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전체 인구 수 대비 GitHub 등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개발자 수가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하는데, 그런 만큼 이번에 번역하여 제출한 기여자 서약 3.0 행동 강령의 한국어 번역본도 여러 다른 한국인 분들이 리뷰에 참여하고, 또 기왕이면 많은 분들이 여러 곳에서 유용하게 채택하고 활용해 준다면 기쁠 것 같다.
OES의 블로그 글에서 인용한 네이선 슈나이더(Nathan Schneider) 교수의 말처럼, 기여자 서약(Contributor Covenant)은 책임감 있고 투명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데 있어 필수적인 토대로서 기능하며, 실제로 갈등을 해소하는 데 기여해 왔다. 관례적으로 GitHub 등에서 “Add a code of conduct” 버튼을 눌러서 템플릿을 붙여 넣는 경우가 흔할 텐데, GitHub에서 자동 제공하는 템플릿은 어째서인지 2.0판을 마지막으로 업데이트가 안 되고 있다. 3.0판은 이전 2.0, 2.1판 대비 큰 변화와 개선이 있었으므로 기왕이면 공식 페이지를 통해서 최신 판본을 채택하는 것이 어떨지 권유해 본다. 내용이 막상 그리 길지도 않으니, 그 과정에서 한번쯤 전문을 찬찬히 읽어본다면 더더욱 의미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기여자 서약 3.0 행동 강령과 이번에 작업한 한국어 번역본에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라며, 이만 줄인다.
